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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흥동에 있는 오피스텔.
첫 독립, 신혼집, 첫 전셋집.
전세 구하기가 그렇게 어렵다는데, 운 좋게 좋은 집주인을 만나 좋은 집에서 새로운 시작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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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은 살면서 해볼 일 없을 것 같았던 소송이나 경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번 낯선 일 투성이 입니다.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 건물, 오피스텔 14채를 모두 가졌다길래 돈 많은 젊은 사업가인 줄로만 알았던 집주인 ‘김OO’씨(1979년 생)가 알고보니 나쁜 집주인이었습니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야 전세보증금을 돌려준다는데, 세입자는 구해지지 않고 집주인과는 연락 한 번 하길 힘듭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등기부등본을 떼봤더니 우리집에 가압류가 걸려 있습니다.
우리집 뿐만 아니었습니다.
전체 14채 중 10채는 경매에 부쳐졌고, 13채는 1백억 원대 가압류에 걸렸습니다.
(2021.05 기준)
전세보증금을 되돌려받지 못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언제쯤 이 집에서 이사나갈 수 있을까요?
전재산인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는 있을까요?
열네집 중 이미 몇 집은 빈 집 입니다.
전세금반환보증 보험을 들어 보증금을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대신 받고 나갔으니 다행인 분들입니다.
반면 남은 집들은 어서 소송경매가 끝나 보증금을 돌려받기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여의치 않습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걸까요?
*각 호수를 클릭하면 해당 호수의 현재 상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집주인 김OO씨가 가진 집은 이곳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 피해자 설문 보러가기
집주인 ‘김OO’씨는 전국에 817채를 소유한 임대사업자입니다. 모친 명의까지 더하면 892채입니다. (2021.04 주택도시보증공사 자료)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아 나쁜 집주인 명단에 오른 임대사업자 가운데 가장 집이 많은 최고 집부자입니다.
MBC 기획취재팀이 이 가운데 653채의 정보를 확인했습니다
대부분 전세가격 2억 원 이하 수도권의 신축빌라로 20, 30대 사회초년생들이 세들어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전세보증금은 안녕할까요?
이 중 425채가 압류 또는 가압류 상태입니다.
2019년 4월부터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주택보증공사가 가압류하거나 재산세, 자동차세, 불법건축물 강제이행금 등 세금을 내지 않아 관할 구청이 압류 를 한 겁니다.
다음 세입자가 들어와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이렇게 압류가 걸려있는 집에 세입자로 들어올 사람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26채경매가 진행 중 입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의 최후의 수단입니다.
하지만 아파트와 달리 경매 시장에서 빌라는 인기 있는 매물이 아닙니다. 유찰에 유찰을 거듭하기 일쑤입니다.
이러다보면 세입자가 직접 낙찰받아 전셋집을 떠안아야 합니다.
아파트 청약의 꿈이 날아가도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 지도 자세히 보러 가기
피해가 속출하는데도 집주인인 ‘김OO’씨의 재산은 늘었습니다.
첫 문제가 발생한 2019년 4월 이후에도 8채를 더 사들이며 임대사업을 확장해온 겁니다.
세입자들에 내줄 전세금은 없다면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집을 사들였을까요?
정상
경매개시
압류·가압류
그 비결은 바로 ‘갭투자'입니다.
매매가와 전세가가 같거나, 심지어는 전세가가 더 비쌌습니다.
2016년 5월 김OO씨는 2억8,000만 원을 주고 서울 목동의 한 빌라를 매입합니다. 한 달쯤 뒤 계약한 전세보증금은 2억9,000만 원.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습니다.
이렇게 전세 끼고 집을 사들이면 무자본 투자가 가능합니다. 실제로 등기부등본을 보면 김OO씨는 금융권 대출을 전혀 받지 않았습니다.
김OO씨는 또 신축빌라를 분양받아 취득세를 전액 감면받는 등 정부의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도 적극 활용했습니다
세입자 입장에서 이런 집들은 깡통 전세입니다. 한 명이라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면 연쇄적으로 폭탄 터지듯 피해가 속출하는 겁니다.
빌라왕국 김OO씨 사업의 비밀은 아래 리포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먼저 임대사업자인 집주인이 전세계약을 할 때 밀린 세금이 있는지 반드시 세입자에게 알리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집주인 김OO씨에게 이를 고지받은 세입자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계약을 주선한 부동산도 법이 바뀐 줄 몰랐습니다.
또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나쁜 집주인에 대해서는 시·군·구청장이 임대등록을 직권 말소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시행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실제로 등록말소가 된 경우는 없습니다.
정부 대책의 허점은 아래 리포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차명통장에 월세수익
“반성없는 나쁜 집주인"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을 대신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내준 사례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습니다.
갭투자로 여러 채를 사들였다 전세보증금 2건 이상을 돌려주지 않은 나쁜 집주인은 2019년 8월 기준 50명에서 올해 4월 기준 356명으로 늘었습니다. 불과 2년 새 7.1배 증가했습니다.
📈 건수 기준
💵 금액 기준
단위: 백만원
출처 : 소병훈 의원실,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을 대신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내준 사례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습니다.
갭투자로 여러 채를 사들였다 전세보증금 2건 이상을 돌려주지 않은 나쁜 집주인은 2019년 8월 기준 50명에서 올해 4월 기준 356명으로 늘었습니다. 불과 2년 새 7.1배 증가했습니다.
📈 건수 기준
💵 금액 기준

MBC는 전세보증금 사고를 가장 많이 낸 나쁜 임대인 30명의 명단을 입수했습니다.
올해 4월 기준 전체 보증사고는 1,232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세입자 1,232명에게 전세금을 대신 내줬다는 뜻입니다. 한 명당 1억9,300만 원, 전체 금액은 2,370억 원이 넘습니다. (자료 : 소병훈 의원실, 주택도시보증공사)
이들은 반환보증 보험에 가입해 다행히 전세금을 돌려받았지만, 보험에 안든 세입자들도 많습니다.
나쁜 집주인들이 가진 3천6백채가 넘는 집에서 피해자는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체 가압류 건수는 2,115건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나쁜 임대인의 이름을 공개 하진 못합니다.
나쁜 집주인 상위 30위의 보증 사고 내역을 공개합니다. * 각 이름을 클릭하면 사고 내역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유주택수 사고건수 대위변제율
나쁜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더라도 전세금반환보증 보험에 가입했다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금을 내주죠.
HUG는 이 집에 가압류 를 겁니다.
그럼 경매 가 시작됩니다.
경매가 끝나야 HUG는 나쁜 집주인 대신 갚아준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길게는 1~2년이 걸리는 일입니다.
이렇게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가압류가 걸린 집은 통상 비어있습니다. 압류된 집에 전세세입자를 들이긴 어려워서죠.
그런데 이 집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일부 나쁜 집주인들이 있습니다. 보증금 없이 2~3달 초단기로 월세를 놓는 겁니다.
수법은 이렇습니다. 압류를 피하기 위해 모집책을 내세워 월세 세입자들을 구하고, 수익은 절반씩 나눠갖습니다.
한 집당 30만 원 정도 남기 때문에 100채만 단기월세로 돌려도 한 달 수입이 3천만 원에 이릅니다. 세금도 안냅니다.
세입자들 속은 타들어가는데 그 와중에도 돈벌이하는 나쁜 집주인들의 행태, 오늘 아래 리포트에서 확인하세요.
MBC에 나쁜 집주인 중 한 명인 진OO 씨 가 할 말이 있다며 찾아왔습니다.
한때 600채 가까운 집을 소유했던 임대사업자인데요. 인터뷰 내용을 공개합니다.
진OO씨(1972년생)는 나쁜 집주인입니다. 전세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주지 않아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대신 내준 돈만 282억 원입니다. 이 가운데 진 씨가 갚은 돈은 3억1,900만 원, 1.1%에 그칩니다.
진 씨는 20년 경력의 버스운전사였다고 합니다. 첫 투자는 2014년 300만 원으로 시작했습니다. 회사 근처 서울 등촌역 근처 신축빌라를 전세 낀 갭투자로 사들였습니다.
"시내버스 20년 했어요. 전세가 분양가하고 비슷하게 맞춰지는 거예요. 300만 원 투자를 했거든요."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덕도 봤습니다. 중소형 신축빌라일 경우 취득세 0원, 장기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재산세도 0원, 종합부동산세도 감면 받아 0원, 세금 걱정할 일이 없었습니다. 무자본 갭투자에 세금도 거의 없다보니 날개를 달았습니다.
"2015년도에 많이 샀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재산세 50% 혜택. 양도세 중과도 없었어요."
무자본 갭투자에 세금도 거의 없다 보니, 진 씨가 사들인 빌라는 몇 년 안 돼 6백 채 가까이로 늘었습니다. 2019년 기준 진씨 소유 빌라는 594채였습니다. 임대주택을 장려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진씨의 꿈을 키워준 겁니다.
"위험했지만 그래도 대박을 볼 수 있는 사업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한두 집씩 전세금을 못 줘 문제가 생기는 건 돌려막기로 넘어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었습니다. 무자본 갭투자였으니 집 한두채라도 문제가 생기면 연쇄 폭탄이 터지는 구조인 겁니다.
"전세를 빨리 빼줘야 된다면 한 500만 원 보증금 내려서 빼면 빨리 나가요. 그럴 돈은 가지고 있었죠. 몇 천만 원은."
2021년 4월 말 기준 진씨 소유 주택은 424채입니다. 현재 418채에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가압류를 걸어놨습니다. 가압류된 집이 비게되자 진씨는 최근 이 집으로 또다른 돈벌이를 시작했습니다. 2, 3개월씩 초단기 월세를 놓는 겁니다. 월세를 받을 때는 압류를 피하려고 자신이 고용한 모집책의 계좌로 받고, 수익은 반으로 나눴습니다. 한 집당 30만 원 정도 남습니다. 100채를 단기 월세로 돌려도 한 달 수입이 3천만 원입니다. 진씨는 몇채를 초단기 월세로 내놨는지 답하지 않았습니다.
"공실이 있으니까 그래도 필요하신 분들이 많이 있을테니 싸게라도 세를 받자는 의도에서 한 거죠."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세입자들이 기가 막힐 일입니다. 진씨 집에 압류를 걸었던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단기 월세 얘기를 듣고, 뒤늦게 법적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진씨 소유 빌라에 대해 강제관리 신청한 뒤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법원이 허가하면 진씨가 벌어들이는 초단기 월세 수익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진씨는 현재 몇 차례 사기 혐의로 고소돼 경찰서를 들락날락거리고 있지만, 아직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습니다.
"20~30채 할 때 하고 말았어야 하는 건데, 많이 후회되죠. 죽어서도 천벌을 받을 것이고. 일이 이렇게 됐으니까 세입자들이 잘 해결하셔서 이 고난을 잘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진씨는 후회한다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세입자들을 피해다니며 "진작 보험에 들걸 그랬냐"며 비아냥댔던 행태 등을 보면 진정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진씨는 세입자들에 대한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
여전한 ‘나쁜 집주인'
방지법은?
지금도 신축빌라 분양 현장에선 여전히 갭투자에 뛰어들 ‘큰 손'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원금을 얹어준다며, 투자를 권유합니다.


(전세랑 매매랑..얼마 차이나나요?)
"5백 차이 밖에 안나요. 아파트 오르는 상승분의 50%는 같이 올라간다고 보시면 되세요. 지원을 또 해드릴 수 있으니까…"
근처 부동산에 놓인 종이엔 R 25라 써 있습니다. 신축빌라 매수자나 세입자를 데려오면 뒷 돈 2,500만 원을 준다는 의밉니다.
세입자가 2억9,500만 원에 들어오면, 2억7,000만 원은 건축주가, 2,500만 원은 부동산과 매수자가 가져간단 의밉니다.

매수자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오히려 돈을 받아가며 집주인이 되는 겁니다.
이미 전세 보증금 사고가 난 집을 전세가에 사들이는 기획부동산도 있습니다. 다음 세입자를 더 높은 가격으로 받아, 그 차액을 가져간다는 겁니다.
2년 뒤, 똑같은 전세보증금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2억만 받으면 되니까 저한테 2억을 주신다면 새 전세세입자가 2억3천을 들고 오는거고… 그러면 저희한테는 나머지 차액이 3천이 나오는거잖아요? 차액이 3천이 나오는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3천을 가져가는거죠. 어차피 원금 2억을 드리면은 사장님은 그 전세금이랑 또이또이가 되시는거고”
빌라 시장의 검은 생태계가 계속 되는 한 나쁜 임대인도 계속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장 시급한 건,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는 겁니다.
계약할 때 집주인이 세금은 잘 냈는지, 다른 곳에 압류당한 집은 없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영국 런던에서는 '나쁜 집주인/부동산 정보 공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집주인 이름과 주소를 입력하면, 집주인이 주택법을 어겨 벌금을 받은 내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개 의무를 어긴 부동산도 검색됩니다.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전세사고를 여러번 낸 나쁜 집주인이라도 공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국토부는 MBC 보도가 나간 후, 주택도시보증공사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나쁜 집주인 명단 공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또 임대사업자 소유의 다른 주택에서 전세사고가 났던 사실을 계약 시 세입자가 파악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21.05.10 국토교통부 설명자료
<국토교통부는 임차인의 보증금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나쁜 집주인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으려 했다는 ‘의도’를 증명할 수 없으면 형사고발이 되더라도 무혐의 처분이 납니다.
나쁜 집주인도 이를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세입자 피해가 우려된다'던가라는 문자나, 갚으려고 했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는 말로 처벌을 피해가고 있습니다. 계속되고 있는 빌라 시장의 검은 생태계와 해결 방법은 아래 리포트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빌라왕국' 빌라왕 김OO 🗺 ‘빌라왕국' 지도
📈 김OO 피해자 설문조사
💵 "대박을 꿈꿨습니다" ☠️ 반성하지 않는 ‘빌라왕’들
🙅🏼‍♂️ ‘나쁜 집주인' 방지하려면
🤔 "돌이켜 보면 모든게 이상했어요"
기획: MBC기획취재팀
시각화/디자인: 이준원, 최훈철, 오혜윤
리서처: 김민경, 정다현, 구나연, 이승주, 박수연, 임수민
제보/문의: seul@mbc.co.kr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